2014.2.5.
緑間真太郎x赤司征十郎
어떤 욕심 많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손에 넣어야 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것은 때때로 좋은 성적이기도 했고, 주변의 칭찬이기도 했고, 동경 어린 시선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오는 상냥함이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소년은 남들 모르게 뼈를 깎아내고 피를 토하는 노력을 했다. 소년의 주변에 ‘노력가’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몇 천 배 몇 만 배를 더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어 왔다.
Side 1. 라쿠잔
아카시 세이쥬로가 실종되었다.
라쿠잔 고등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 소식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은 아카시 세이쥬로의 1년 선배이자 그의 농구부 팀메이트인 미부치 레오였다. 그는 아카시 세이쥬로라는 소년의 찬란함과, 고귀함과, 도도함과, 모든 것을 순조롭게 얻어 온 완벽함을 사랑했다. 그것이 동경이었는지, 경외심이었는지, 혹은 애정이었는지, 결론을 내릴 틈도 없이 아카시 세이쥬로는 미부치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미부치 레오 못지않게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에 당황한 것은 아카시 세이쥬로의 1년 선배이자 그의 농구부 팀메이트인 하야마 코타로였다. 하야마가 보기에 아카시 세이쥬로는 어떠한 고민이나 고뇌라는 것이 정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그것이 그의 완벽함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했던 만큼 갑작스런 실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울해진 미부치의 곁에서 그는 야단법석을 떨며 아카시 세이쥬로의 행방을 추측해 보곤 했지만, 그 중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두 사람과 달리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을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카시 세이쥬로의 1년 선배이자 그의 농구부 팀메이트인 네부야 에이키치였다. 네부야에게 아카시 세이쥬로는 팀의 주장이자 믿음직스러운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카시 세이쥬로의 부재가 실종이었든 가출이었든 네부야는 아카시 세이쥬로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자연스레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에 동요하는 미부치나 하야마의 정신 상태에 더욱 신경을 썼다. 그들의 동요가 다른 농구부원들에게까지 전해지지 않도록 네부야는 평소의 둔감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민첩함을 보이며 암약했다.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으로 가장 곤란해진 사람은 아카시 세이쥬로가 주장으로 있던 농구부 감독이자 총 책임자인 시로가네 에이지였다.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일까. 시로가네는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과 그의 행방보다는 분노한 아카시 회장이 라쿠잔 고등학교 농구부에 대한 지원을 끊어 버리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정확히는 전전긍긍하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시로가네의,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에 대한 생각은 네부야의 그것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결코 감정에 휘둘려 바보 같은 짓을 할 소년이 아니었으며, 제아무리 아주 중요한 시합에서 패배의 잔을 마셔야 했었더라도 능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해내리라 믿고 있었다. 그랬기에 시로가네는 아카시 세이쥬로의 행방을 걱정하는 척 하는 한편 학교 상부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막아내고 농구부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경찰이 라쿠잔 고등학교를, 라쿠잔 고등학교 농구부를 방문했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일본 굴지의 대기업인 아카시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며 장래 회사를 이어받아 그룹의 이름을 더욱 드높일 인재이기도 했으므로, 평소에는 그에게 무관심했을 그의 아버지 역시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미부치 레오를 필두로 한 라쿠잔 고등학교 농구부의 부원들은 누구 하나 아카시 세이쥬로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평소에 아카시 세이쥬로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그가 ‘승리’라는 가치 외에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기는지, 그 외의 다른 무엇에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붓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하의 사실에 따라 경찰은 아카시 세이쥬로의 실종을 자신의 의지에 의한 실종, 즉 가출 혹은 방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 판단하였다.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왔고 모든 것을 손에 넣었던 소년에게도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났고, 본디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가치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소년은 그것이 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소년은 ‘그것’을 자신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응당히 손에 넣어 온 소년이기에, 자신의 노력이 있으면 ‘그것’ 역시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소년은 다른 한 명의 소년을 점찍었다.
Side 2. 슈토쿠
미도리마 신타로가 실종되었다.
미도리마 신타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의 파트너로 1년 동안 농구를 해 왔던 슈토쿠 고등학교 농구부의 주장 타카오 카즈나리는, 그의 주변 사람들이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어떠한 걱정도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타카오는 무척 태연하게 이 사태에 임하고 있었으며, 경찰이 언젠가는 그를 찾아내 줄 것이며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미도리마 신타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미도리마 신타로는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카시 세이쥬로가 같이 가자고 한다면, 미도리마 신타로는 아마 지옥에라도 스스럼없이 따라갔을 것이었다.
소년이 점찍은 또 하나의 소년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랬겠지만, 소년의 눈에는 특별히 빛나 보였다. 그것은 소년과 또 하나의 소년이 본질적으로 매우 비슷한 인간이라는 데서 기인한 반짝임이었다. 또 하나의 소년 역시 자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 왔으며, 제 노력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소년 역시 욕심이 아주 많았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또 하나의 소년이 얼마나 욕심쟁이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기에 또 하나의 소년은 너무도 성실했고 착실했으며 모든 것에 욕심이 없는 듯한 깨끗한 얼굴을 하고 다녔다. 또 하나의 소년이 품고 있는 욕심과 욕망의 크기에 대해서 깨달은 것은 오직 소년뿐이었다. 소년은 또 하나의 소년에게 접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 주는 것에 비해 눈으로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 차이를 가진 상냥함과 자상함, 그리고 관심을 주어 또 하나의 소년을 자신에게 붙들어 놓았다.
결과, 또 하나의 소년은 소년에게 ‘그것’을 주겠다고 나섰다. 또 하나의 소년은 자신이라면 소년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줄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럴 능력도 노력할 힘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년은 웃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Side 3. 테이코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한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의 관계에 대해서 테이코 중학교 농구부원들 중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그들 두 사람을 한꺼번에 다룬 주장이었던 니지무라 슈조였다. 니지무라는 다른 사람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존재인 아카시 세이쥬로나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존재인 미도리마 신타로 모두와 일정한 교제를 하고 있었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니지무라 슈조의 뒤를 이어 테이코 중학교 농구부의 주장이 될 인재였고, 미도리마 신타로는 니지무라 슈조가 주장이었을 때 아카시 세이쥬로가 가지고 있었던 테이코 중학교 농구부의 부주장이라는 자리를 물려받을 인재였다. 니지무라는 그들이 매우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잘 통하고, 취미도 맞고, 성격도 비슷한데다, 무엇보다, 그들은 서로를 무척 좋아했다. 아카시 세이쥬로와 미도리마 신타로는 늘 함께 있었다. 한 학년 위인 니지무라의 눈에도 그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으며 그 때마다 그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는 제아무리 니지무라라고 해도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채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니지무라가 두 사람의 관계가 친구, 혹은 소울 메이트라고 불릴 수 있는 것 그 이상임을 눈치 챈 것은 자신이 주장에서 물러나고 1군 벤치 멤버로 남아 농구부에서의 입지를 차차 정리해 가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부실에 교과서를 두고 온 것을 잊어버린 니지무라는 하교하던 도중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잠겨 있지 않은 부실 문을 부주의하게 열었으며, 부실 안에 있던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를 목격했다. 언제나 그들이 장기판을 놓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장기 대국을 즐기곤 하던 넓디넓은 부실의 책상 위에서 니지무라는 두 사람의 알몸, 아니, 알몸에 거의 가까운 복장을 보았다. 그들은 부실 문을 열고 들어온 니지무라의 존재를 눈치 채고서도 당시 하고 있던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니지무라는 마치 존재감이 옅은 한 후배의 기분으로 부실 문을 닫았고, 서점으로 달려가 교과서를 다시 샀다.
니지무라 슈조는 자신이 목격한 것에 대해서 미도리마 신타로에게도 아카시 세이쥬로에게도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겼다. 오지랖 넓고 잔소리 심한 니지무라의 성격 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니지무라가 그들의 그러한 밀회를 목격한 다음 날, 두 사람 중 한 명이 니지무라에게 접근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전날 니지무라가 목격한 것에 대해 말하며, 니지무라가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었던 차갑디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 일을 입 밖으로 꺼내면, 제아무리 니지무라 선배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거다.
니지무라 슈조는 그 말에서 자신을 향한 살의를 느꼈다.
소년도 또 하나의 소년도 자신들의 관계가 우정을 뛰어넘은 애정이 되고, 애정을 뛰어넘은 집착이 되는 것을 매우 즐겁게 생각했다. 그것은 올바르고 단정한 삶을 살아왔던 그들이 인생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일탈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서로 끌어안고, 입술을 맞추고, 맨몸으로 한데 뒹구는 것을 소년도 또 하나의 소년도 거리낌 없이 만끽했다. 서로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그들은 어떤 제약 없이 그 일탈을 반복했다. 그 사이에는 자존심도 경쟁심도 서로에 대한 적의도 없었으며, 일탈을 공유하는 순간만큼은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소년은 또 하나의 소년을 갖고 싶어 했고, 또 하나의 소년은 소년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런 이상 그들은 오롯이 서로의 소유물이었다.
Side 4. 미도리마 신타로
미도리마 신타로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좋아했다.
아카시 세이쥬로는 미도리마 신타로의 이상향이었다. 미도리마 신타로가 대천명이라는 명목 하에 그렇게 믿고 의지해 왔던 운에 기대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손에 넣었으며, 미도리마 신타로에게 절대적인 가치였던 오하아사 역시 아카시 세이쥬로의 앞에서는 빛을 바랬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 같은 아카시 세이쥬로의 찬란함과 고귀함과 도도함과 완벽함은 미도리마 신타로에게 있어 차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유혹이었다. 그런 아카시 세이쥬로가 자신의 것이 되었다. 미도리마 신타로는 자신에게 안겨 오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고등학교가 결정된 이후 자신에게서 멀어져 갈 수밖에 없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원망하지 않았으며, 그 뒤에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애정을 강요하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으면 진작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도리마 신타로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영원히 가지고 싶었다.
소년과 또 하나의 소년의 이야기에 갑작스런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쿠로코 테츠야라는 이름의 등장인물 A는 소년과 또 하나의 소년이 결코 맛본 적 없었던 패배를 처음으로 안겨 주었고, 소년도 또 하나의 소년도 그것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소년과 또 하나의 소년 중에서 과연 누구의 상처가 더 컸는지는 모르겠다.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 준 고등학교 1학년의 윈터컵이 끝난 뒤, 일탈을 반복하기 위해 만난 소년과 또 하나의 소년은 자신들이 더 이상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일탈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다. 소년은 소년에게서 소년을 증오하는 기색을 읽었고 소년은 소년에게서 소년을 두려워하는 기색을 읽었다. 더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그 사실에서마저 도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소년들은 손을 잡고 그 자리에서 도망칠 것을 결의했다. 소년은 아무 미련 없이 소년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왔고 소년은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가족에게 사과의 편지를 썼다가 곧 찢어 버렸다. 두 사람이서 도망친 곳에서 소년과 소년은 손을 잡았고 포옹을 했고 키스했고 몸을 섞었고 또한 합의했다.
더 이상 서로가 절망하지 않도록, 서로를 영원히 소유하자고.
Side 5. 아카시 세이쥬로
“신, 타로.”
힘이 빠져가는 목소리로 미도리마 신타로의 이름을 부르며 아카시 세이쥬로는 손을 올렸다. 제 목을 세게 조르고 있는, 힘이 잔뜩 들어간 미도리마 신타로의 커다란 손 위에 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신의 손을 얹고서 아카시 세이쥬로는 웃었다. 신타로. 신타로. 신타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아카시 세이쥬로를 미도리마 신타로는 감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곧 그 감정 없는 눈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제 얼굴로 떨어지는 미도리마 신타로의 그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카시 세이쥬로는 잘 알고 있었다.
왜 하필 나였느냐는 것이다.
왜 하필 너였느냐는 것이다.
미도리마 신타로의 그 특이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형성되는 원망의 말을 듣고 있다가 아카시 세이쥬로는 다시 웃었다. 그건, 목이 세게 졸려 점점 잦아들어가는 목소리가 미도리마 신타로의 귀를 찔렀다. 그건 말야, 신타로. 내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야. 그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미도리마 신타로는 납득한 듯했다. 그들 사이에는 그것만 있으면 되었다. 아카시 세이쥬로가 미도리마 신타로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미도리마 신타로가 아카시 세이쥬로를 너무나도 원했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도 처음 포옹했을 때도 처음 입술을 맞췄을 때도 처음 몸을 섞었을 때도 그들 사이에는 오직 그 말만이 오갔다. 좋아해. 사랑해. 널 원해.
점점 조여드는 미도리마 신타로의 손힘에 아카시 세이쥬로는 손을 뻗어 미도리마 신타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눈에 고였던 눈물을 남김없이 닦아 내고, 혀를 길게 뻗어 그 눈물의 흔적을 핥았다. 달콤해, 신타로. 아카시 세이쥬로는 웃었다. 이렇게 단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이 내 목숨을 끊어준다니, 너무도 기뻐. 아카시 세이쥬로는 웃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웃었다. 손의 힘이 점점 강해져 목을 더 세게 조여 오고 결국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순간까지도 웃었다.
웃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소년은 소년을 죽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Side Last. 대화
어째서였나요, 미도리마 군.
쿠로코 테츠야의 질문에 미도리마 신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쿠로코는 그러한 침묵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찰에 붙잡힌 이후로 가족과 친지들, 모두를 포함하여 면회를 쭉 거절해 왔던 미도리마 신타로가 유일하게 만나겠다고 한 사람이 쿠로코 테츠야였다. 그는 미도리마 신타로가 면회를 수락한 것은 자신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무슨 원망을 들어도 받아주겠다고 생각했다. 미도리마 신타로가 아카시 세이쥬로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최악의 선택지를 택한 데에는 자신의 책임도 분명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쿠로코 테츠야는 ‘승리’를 절대적인 가치이자 자신의 존재 의의로 삼고 있었던 아카시 세이쥬로에게 인생 최초의 패배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도리마 신타로가 중학교 3년 내내,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의 1년 동안, 미칠 듯이 갈구했고 원해 왔던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미도리마 신타로가 얼마만큼의 인사를 다했는지, 쿠로코는 타카오 카즈나리에게서 전해들은 바 있었다. 쿠로코 테츠야는 자신의 승리를, 아카시 세이쥬로에게 안겨준 패배를, 단 한 시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타카오에게서 미도리마의 사정을 들었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온당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코트 위에서 상대 팀으로 만난 이상 아카시 세이쥬로는 쓰러뜨려야 할 마지막 상대에 불과했으며 그것을 위해 쿠로코가 들인 노력과 시간은 결코 미도리마 신타로의 그것에 뒤지지 않았다. 쿠로코 테츠야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잃어버린 미도리마 신타로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잃어버린 아카시 세이쥬로의 숨을 제 손으로 끊어버린 데에는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고도 있었다. 때문에 쿠로코 테츠야는 각오를 하고 이 자리에 왔고, 미도리마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비난과 원망의 말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어째서였나요, 미도리마 군.”
쿠로코 테츠야가 다섯 번째 반복한 질문에 고개만 숙이고 있던 미도리마 신타로가 천천히 그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쿠로코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것은 과거 니지무라 슈조가 미도리마 신타로와 아카시 세이쥬로의 관계를 알았을 때, 그리고 미도리마 신타로에게 입막음을 당했을 때 느꼈던 것과 똑같으면서도 다른 감정이었다. 쿠로코. 미도리마 신타로가 입을 열었다. 미도리마 신타로의 얼굴을 보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쿠로코 테츠야를 향해 미도리마 신타로는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띠지 않았을 법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미도리마 신타로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온화하고도 성실한 이미지를 전부 파괴해 버리는 미소를 보냈다.
“네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것이다.”
어떤 욕심 많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손에 넣어야 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것은 때때로 좋은 성적이기도 했고, 주변의 칭찬이기도 했고, 동경 어린 시선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오는 상냥함이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소년은 남들 모르게 뼈를 깎아내고 피를 토하는 노력을 했다. 소년의 주변에 ‘노력가’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몇 천 배 몇 만 배를 더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어 왔다.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왔고 모든 것을 손에 넣었던 소년에게도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났고, 본디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가치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소년은 그것이 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소년은 자신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응당히 손에 넣어 온 소년이기에, 자신의 노력이 있으면 분명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또 하나의 소년을 점찍었다. 소년은 또 하나의 소년과 사랑을 했고, 또 하나의 소년과 일탈의 시간을 가졌으며, 그것이 무너진 뒤에도 또 하나의 소년과 이전까지와는 다른 일탈을 시도했다. 일상에서 탈출해 손을 잡고 도망친 그 곳에서 소년과 또 하나의 소년은 더 이상 서로가 절망하지 않도록 서로를 영원히 소유하기로 했고 그것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 결과.
미도리마 신타로는 자신의 손으로 살인을 저지름으로서 아카시 세이쥬로를 소유했고,
아카시 세이쥬로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미도리마 신타로를 가졌다.
-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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