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9.
月島 蛍x景山飛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인식한 것은 새하얀 천장이나 제 몸이 파묻힌 침대의 어중간한 푹신함보다,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가 먼저였다. 흔히 병원에서 맡아 볼 수 있는 그 냄새에 카게야마 토비오는 바로 양호실을 떠올렸다. 방금 전까지-물론 기억이 없으므로 방금 전이라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었겠지만-체육관에서 공을 만지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단시간 내에 병원으로 실려왔을 리 없다는 것이 카게야마의 생각이었다. 물론 카게야마의 정상적인 사고는 딱 거기까지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어쩌다가 자신이 여기에 이렇게 누워 있게 된 것인지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다. 일단 부활동 도중에 머리에 엄청난 쇼크를 받고서 기절했다- 정도까지는 기억이 날 듯 말 듯 어슴푸레한데, 정작 그에 이르는 자세한 과정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 그러니까. 와아, 굉장해! 하고 소리치는 히나타 그 멍청이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왕님 말야-“
“으악?!”
그리고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카게야마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부웅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움직인 그의 머리가 허공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어디까지나 그 공격을 받았을 뻔했던 사람의 몸놀림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1초만 움직임이 늦었더라면 카게야마의 머리-그 목소리의 주인이 ‘돌머리’ 라는 단어 외의 적당한 표현이 없다고 표현하는-와 부딪힐 뻔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위기를 간신히 벗어난 상대, 츠키시마 케이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게야마의 시선에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눈을 떴다 했더니, 왕님, 사람 죽일 일 있어? 그 돌머리에 부딪히면 난 최소 즉사야. 낯익은 빈정거림이 귀에 들려오자 카게야마는 진심으로 츠키시마의 머리를 가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지. 이 녀석은 머리를 부딪쳤더라면 아파 죽겠다면서 또 나름대로 핀잔을 줬을 만한 녀석이니, 오히려 피한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돌머리’ 라는 말은 들을 운명이었겠지만.
“머리를 그렇게 세게 부딪혀 놓고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럽지 않아? 아, 혹시 돌머리라서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건가?”
너는 기절했다 눈 뜬 사람에게 꼭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해야 하냐. 카게야마는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리고 츠키시마의, 비웃음 가득한 얼굴을 한껏 노려봐 주었다. 그것으로 카게야마가 그나마 제정신임을 파악했는지, 츠키시마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뭐, 괜찮으면 다행이고. 라고 말했다. 흘깃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어느새 부활동이 거의 끝나 있을 시간이었다. 한참 연습하던 도중에 쓰러진 거니까- 적어도 30분은 지난 셈이 된다. 그렇다면 츠키시마는 계속해서 기절한 제 옆에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가 어떻게 된 거야?”
“뭐야, 기억 안 나? 정말 성대하게 넘어졌었는데. 니시노야 선배가 필살 리시브를 가르쳐 준다고 히나타하고 야마구치를 붙잡아두고 있었는데, 왕님은 거기 휘말렸어. 히나타가 공중에서 3회전은 했지, 아마.”
그 설명에 어느 정도 기억이 되살아났다. 니시노야가 가르쳐 주는 리시브를 따라하려다가 발이 미끄러진 히나타가 거칠게 회전하며, 그것을 말리려 다가가던 자신과 크게 충돌했고 그 바람에 뒤로 튕겨나가 머리를 바닥에 박은 일이 떠오르자 카게야마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걸 하필이면 츠키시마가 코앞에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반년은 놀림 받아 마땅한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카게야마는, 내일 아침 연습 때 히나타의 머리 위에 커다란 혹을 다섯 개는 만들어 놓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배들도 안색이 창백해졌지 뭐야. 히나타는 멀쩡하게 일어서는데, 너는 머리를 잘못 부딪쳤는지 완전히 맛이 가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나한테 실어 나르라고 한 건 좀 너무했지만.”
츠키시마는 저렇게 말하지만, 사와무라의 입장에서는 가장 최선책을 택한 것이었다. 일단 카라스노 배구부 안에서 카게야마를 옮길 만한 체격을 갖춘 것은 아사히와 야마구치, 그리고 츠키시마 단 셋뿐이지만, 카게야마라는 환자를 옮기는 데 가장 적합한 건 츠키시마였다. 일단 만사에 안절부절못하는 아사히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환자를 나르는 일을 맡길 만큼의 신뢰라고는 전혀 없었을 것이고, 한참 점프 플로터 서브 연습에 열중하는 야마구치를 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츠키시마가 당첨되어, 부주장인 스가와라와 둘이 카게야마를 이리로 옮겼다- 뭐 이런 정도일 것이다. 그래, 그건 고맙다고 치자. 제아무리 카게야마가 츠키시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그 사실에 대해 고맙다고 말할 정도의 개념은 있었다. 그런데 이 자식은 왜 30분 넘게 여기 앉아 있었던 건데? 의문이 피어올라 카게야마는 츠키시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니, 뭐, 그 이유에 대해서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평소 배려라고는 체육관의 먼지만큼이나 찾아보기 힘든 츠키시마가 굳이 카게야마를 걱정해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켰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연습이 귀찮아 땡땡이를 치고 있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었다. 정말로 츠키시마다운 이유라고 생각하면서도, 카게야마는, 연습을 땡땡이 쳤다는 사실이 무척 기분 나빴다. 츠키시마 케이는 상당한 인재다. 본인이 조금만 의욕적으로 행동하면 블로킹도 스파이크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천재’ 라 불리는 카게야마보다 재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종합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변함없다. 그런데도 영 의욕이랄 게 없는 것이다. 카게야마가 보기에는 다듬으면 아름다워질 원석이 땅에 묻혀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츠키시마의 그런 태도를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중학교 시절 영 의욕이 없어 보였던 팀메이트의 얼굴 같은 것을.
“……이봐, 왜 나한테만 말을 시키는 거야. 왕님도 뭐라고 말 좀 해 보지?”
“어…….”
무슨 말을 하라고? 멍청이, 왜 이런 데서 멍 때리고 있어? 당장 연습하러 돌아가! 따위의 말을 하라고? 이미 연습도 끝났을 시간인데? 게다가 카게야마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츠키시마는 또 이죽대며 어이쿠, 왕님이 명령을 내리셨으니 이 서민은 그저 받잡겠사옵니다- 따위의 말이나 지껄일 것이 틀림없었다. 아직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그런 식으로 말다툼을 해서 스트레스 지수를 높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그 히죽히죽 웃는 기분 나쁜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이유로 카게야마는 입을 다문 것이었지만, 츠키시마는 그 침묵을 다르게 해석한 모양이었다.
“……저기요, 왕님? 내 말 들려? 이거 보여? 손가락 몇 개?”
“세 개잖아! 남을 환자 취급하지 마!”
“뭐야, 멀쩡하잖아.”
약간 안심한 듯한 목소리였다. 남을 비웃으려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둘 중의 하나만 확실히 해 줄 수는 없나, 이 자식은. 그야 물론 ‘비웃는다’ 쪽의 비중이 더 높기는 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그 츠키시마니까. 하지만, ‘환자 취급하지 말라니, 왕님, 방금 전까지 환자였거든요?’ 하고 반문할 뿐 자리를 뜨려고 하지 않는 츠키시마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도 사실이었다. 부활동도 끝날 시간이겠다,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붙어 있는 거지? 아니면 아직 연습이 안 끝났나? 선배들이 상태를 보러 오지 않는 걸로 봐선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사와무라나 스가와라 정도는 모습을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자신의 상태를 진지하게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경 너머에 자리한 츠키시마의 두 눈동자가 카게야마의 뒤통수나 이불 위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는 점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이나, 여전히 기분 나쁜 말투를 사용하고 있어도 대놓고 빈정거리지는 않는다는 사실 등등이 그 추측을 뒷받침하는 요소였다. 아, 그런가. 이것도 이 녀석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단 얘기일까. 하지만 대놓고 걱정했냐? 고 물어보면 분명 이리저리 말을 돌려 빠져나갈 것이었다. 뭐, 딱히 걱정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떡할 거야? 더 잘 거야? 아니면, 집에 갈 거야?”
그리고 츠키시마가 그렇게 물었을 때 카게야마의 머릿속에는 아주 단순한 장난이 떠올랐다. 평소의 카게야마가 장난이란 것과 거리를 두고 사는 만큼, 갑작스레 떠오른 충동을 숨기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법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카게야마는 이렇게 묻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너 뭐야?”
“……엉?”
“체육관에 얼굴을 비치기는 할 건데, 그걸 왜 네가 신경 쓰냐고. 내 옆에 붙어 있었던 것도 그렇고. 너 누구야? 배구부 사람이냐?”
그래, 장난. 단순한 장난이었다.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너에 대한 기억이 전부 날아가 버렸어- 라고 말했을 때 츠키시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저 단순하게 궁금해져서 던진 말이었을 뿐이었다. 츠키시마가 놀라서 사와무라나 스가와라를 불러오게 되더라도, 그때는 그때에 맞춰서 기억이 되돌아왔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아예 놀라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평소처럼, 머리 한 번 부딪히더니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렸나 보네, 하고 질린 표정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
“……거짓말이지?”
하지만 츠키시마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일단 놀란 것은 확실했다. 웬만해서는 흐트러지지 않는 웃음 띤 얼굴이 순식간에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린 채, 두 눈을 크게 뜨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으니까. 하지만 그 놀람의 정도는- 카게야마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순간,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사람의 얼굴로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왕님, 나 기억 안 나?”
“기…… 기억 안 나. 너 누구야?”
“츠키시마 케이. 1학년 4반. 왕님의 팀메이트잖아.”
“그, 그렇게 말해도 기억 안 나는 걸 어쩌라고.”
“진짜냐…….”
그렇게 말하며 츠키시마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것만 봐도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의 이 농담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무척 놀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했다. 어라? 이거 좀 아니지 않나? 카게야마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츠키시마는 이마에서 손을 뗀 채 무척 진지한 눈빛을 카게야마 쪽으로 돌렸다.
“정말 기억 안 난다고?”
“으…… 으응.”
“그럴 수가…… 왜?”
“왜, 왜냐고 물어도…… 머리를 부딪혀서?”
“다른 사람은? 야마구치나 히나타나, 스가와라 선배는? 기억해?”
“기…… 기억나.”
아니, 사실 네가 누군지도 아는데 말이지. 츠키시마 케이. 1학년 4반. 카라스노 배구부의 미들 블로커에, 늘 자신에게 시비만 거는 기분 나쁜 녀석. 그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그런데- 왜 나한테 잊혀진 것 정도로, 그렇게 충격 받는 표정을 짓는 거야? -카게야마는 바로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츠키시마라면, 적어도 카게야마 토비오가 기억하고 있는 츠키시마 케이라면, 카게야마가 자신을 잠시 잊어버렸다고 해서 그렇게 큰 충격을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건 장난이 좀 심했나. 지금이라도 사실 뻥이었다고 말하면, 핀잔만 듣고 끝낼 수 있으려나? 카게야마는 제 양심이 배구공으로 마구 얻어맞는 기분을 느끼며 츠키시마의 반응을 관찰했다. 한숨을 푹 쉬는 츠키시마는, 왜 나만,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럼 내가 왕님이랑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겠네?”
“과, 관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새로운 키워드에, 눈을 크게 뜨는 것은 카게야마 쪽이 되었다. 관계랄 게 있나. 그냥 사사건건 말다툼이 잦은 팀메이트 1 정도인데. 그러나 츠키시마가 이후 한 말은 카게야마의 뒤통수를, 그를 기절하게 만든 바닥보다 세게 때리는 것이었다.
“난 왕님의 남자친구인데.”
“……뭐어어어?”
“진짜 충격이다……. 겨우 고백해서 사귀게 됐다 싶었더니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버리다니…….”
“거, 거짓말…….”
“거짓말 아냐. 참고로 고백한 건 내가 먼저, 받아준 건 왕님이고, 매일같이 방과 후 데이트를 즐기고 있지. 참고로 첫키스는 부실 당번을 맡았을 때 했어. 부들부들 떨면서, 엄청 귀여웠는데-“
“무, 무슨 헛소릴 하고 있는 거야, 츠키시마 이 멍청이가!”
소리를 질렀을 때는, 아차 싶었다. 언제나 하듯이 츠키시마를 멍청이라고 부른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츠키시마는, 카게야마가 그 호칭을 ‘기억해’ 냈다는 것이 무척 감격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깐, 이거 뭐지? 무슨 상황이지? 날 놀리는 건가? 아니면, 저게…… 전부 진심인가? 카게야마는 순간 자신의 기억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머리를 부딪혀서 기억을 잃어버린 건가? 츠키시마와 나는 정말 사귀는 상황이고, 내가 잠시 그걸 잊어버린 거라고? 웃기지 마, 그런 일은 만의 하나라도 있을 수 없어! 저건 다 거짓말이야.
……하지만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리얼리티가-
“그런데도 정말…… 내가 기억 안 나? ……토비오.”
그리고 츠키시마가, 이름을 부르며 카게야마의 손을 세게 쥐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손의 열기와 크기에 카게야마는 당황해,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완전히 얼이 빠져버린 카게야마는 츠키시마가 손을 꼭 붙잡은 채 제게 몸을 기울여 입술을 가져다 대려는 것을 보고서도 전혀 움직이지 못하다가, 바로 코앞까지 츠키시마의 얼굴이 다가왔을 때에야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리고-
“……는, 거짓말.”
-이라는 말과 함께,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방금 전의 말까지 합쳐져, 쇼크가 두 배로 커지기에는 충분했다. 어? 뭐? 눈을 깜박이는 카게야마에게서 얼굴을 떼고, 츠키시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그의 얼굴에 가득 담긴 비웃음에, 카게야마는 지금까지 자신이 츠키시마에게 놀림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딜 봐도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거기 잠시 어울려 준 것뿐인데, 왕님 반응 진짜 웃기다.”
“츠, 츠키시마, 너 이 자식……!”
“먼저 거짓말을 한 건 왕님 쪽이었으니까 쌤쌤이네. 오늘 성대하게 넘어진 거하고 방금 전 반응, 확실히 기억해 둘 테니까.”
“웃기지 마! 너 같은 거 모른다고 했잖아!”
“네- 네. 참고로 난 왕님이 나 기억 못 해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바닥이 보이는 거짓말은 그만두지 그래?”
“너, 너……!”
“왕님도 멀쩡한 것 같고,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내일 보자고, 왕님.”
안녕- 그렇게 말하며 츠키시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을 흔들며 커튼 너머로 사라지는 그 큰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카게야마는 터질 듯한 얼굴을 붙들고 양호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 마, 츠키시마 이 자시이이이익!!!!!!!”
“……츠키시마?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양호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츠키시마는 고개를 들었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스가와라의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것을 보고, 츠키시마는 쳇, 하고 짧게 혀를 찼다. 아마 지금쯤 자신의 얼굴은 터질 듯 붉어져 있을 것이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양호실 안은 왜 저렇게 소란스럽고?”
“아니요…… 카게야마는 깼으니까 돌려보내지 그러세요.”
“츠키시마, 또 카게야마 놀린 거야? 적당히 좀 해 둬라, 너희. 다이치가 보면 화낼 거야.”
“……먼저 시작한 건 왕님 쪽이었어요.”
불만스레 말해 놓고, 츠키시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도 영문을 파악하지 못하고 눈을 굴리는 스가와라를 뒤로하고, 츠키시마는 평소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양호실 앞을 벗어났다.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멀어져 가자, 잊고 있었던 가슴의 격통이 되살아났다.
「너 누구야?」
왕님이 잘못한 거야.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잖아. 만의 하나라도,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는데.
흘깃 양호실 쪽을 돌아보고, 츠키시마는 교사 밖으로 나섰다. 부실 앞에서는 아마 야마구치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부실에 도착할 때까지, 붉어진 얼굴도 벌렁벌렁 뛰는 심장의 고동도 어떻게 해서든 가라앉혀야만 한다. 평정심, 평정심. 그렇게 중얼거리며 츠키시마는, 키스하려 다가갔을 때 얼굴을 붉히며 눈을 감아버리던 카게야마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하지만.
「토비오.」
언젠가는 꼭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은, 츠키시마의 고동을 키우기만 할 뿐이었다.
인생 처음의 츠키카게 로그는 고작 1시간 만에 써제꼈다고 한다... 원고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츠키카게 데이를 맞이해 쓴 첫 로그, 당당하게 업데이트 완료했습니다!
일단 츠키카게는 기본적으로 깐죽대는 츠키시마X그것에 과민반응하는 카게야마 구도지만, 아주 가끔 카게야마가 반격을 시도하려고 해도 츳키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도를 품고 있다는 게 좋아 죽겠음. 녹적 파느라고 많이 묻힌 사실이지만 나는 배틀호모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게 피터지게 싸우는 게 아니라 딱 남자 고등학생의 구도로 놀리고 놀림받는 구도면 진짜 귀여워서, 어떤 상황으로 누구를 화나게 만들까! 하고 생각하면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게 된다... 특히 츠키시마와 카게야마는 상성이 극악이다 싶을 정도로 성격이 반대라서 더욱 쓰는 재미가 있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좀 약한 구도로 써봤지만 나중에는 진지하게 두 사람의 감정선을 파고드는 글도 써 보고 싶다.
그리고 이 로그의 뒷이야기를 써보자면... 아마도 츠키시마 쪽은 자기가 카게야마 좋아한다는 걸 자각하고도 남았을 것 같지만 카게야마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 아마 이 에피소드 뒤에는 서로 의식해서(더 정확히 말하면 카게야마가 츠키시마를 더 의식해서) 어쩔 줄 모르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나중에 카게야마가 뒤통수 치지 않을까. 좋아합니다, 이 자식아아아아!!! 같은 느낌으로. 거기에 얼빠진 츳키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참 좋아지지만... 나는... 묘사를 정말 못 하잖아...? 그러니까 누가 좀 그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묘사 존잘님이 써주셔도 좋아요...
덧붙여서 하이큐 최애커플은 다이스가아사인데(다이스가 아사스가 빠지지 않고 좋아하므로 셋이서 사귐이 좋다) 첫 로그가 츠키카게라는 데 제법 놀랐지 말입니다. 스가네 얘기도 써보고 싶고 우시오이도 써보고 싶은데 왜 내 시간은 없는가... 앞으로 더 없어지겠지...
어쨌든 츠키카게 행쇼!! 니네는 좀ㅋㅋㅋㅋㅋㅋㅋ 사귀어 봐랔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려울 것 같지만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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